손흥민의 입단으로 미국프로축구리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 가지 알아두시면 좋은 것은 이 MLS의 LAFC와 LA Galaxy는 완전히 다른 구단이다. 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도시(Los Angeles)를 연고지로 삼고 있지만, 역사, 운영 방식, 팬 문화, 경기장, 철학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르다.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비교해 보자.
‘LA’를 공유할 뿐, 두 팀은 완전히 다르다
많은 축구 팬들이 처음 MLS(미국 메이저리그사커)를 접할 때 겪는 의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LAFC와 LA Galaxy, 둘 다 LA를 대표한다는데, 그럼 같은 구단 아니야?”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팀은 완전히 별개의 구단이다. 단순히 이름에 ‘Los Angeles’를 공유할 뿐, 설립 연도, 운영 방식, 연고지 위치, 팬 문화, 축구 철학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마치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이들은 ‘LA’라는 이름 아래 경쟁과 대립을 넘어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LA Galaxy는 1996년 MLS 창립과 동시에 출범한 ‘원조’ 구단이다. 당시 미국 축구가 본격적으로 프로화되던 시절, Galaxy는 미국 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축구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반면 손흥민을 영입한 LAFC는 훨씬 최근인 2014년에 설립되어 2018년에 리그에 합류한 신흥 구단이다. 단 몇 년 만에 빠른 성장을 이루었고, 공격적인 스타 영입과 커뮤니티 중심의 마케팅 전략으로 젊은 팬층을 대거 흡수하며 ‘현대적인 축구 클럽’의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즉, 두 팀은 단순히 구단이 다를 뿐 아니라, LA 축구의 과거와 현재, 보수와 혁신, 전통과 트렌드의 상징처럼 존재하고 있다.
홈구장부터 팬의 정체성까지 다른 문화
두 팀은 같은 도시명을 공유하지만, 실제 경기장은 전혀 다른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LA Galaxy는 로스앤젤레스 남부 외곽인 ‘카슨(Carson)’에 위치한 Dignity Health Sports Park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이곳은 교외형 주거지역에 가까워,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고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 손흥민의 새 구단 LAFC는 LA 도심 인근의 BMO 스타디움을 기반으로 한다. 구장 접근성이 높아 젊은 층, 특히 20~30대의 열정적인 서포터들이 주로 찾는다. 경기장 분위기 또한 훨씬 역동적이며, 팬클럽 ‘The 3252’는 북미 전역에서 가장 열광적인 서포터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두 구단은 구장의 위치만 다른 것이 아니라, 팬들의 구성과 응원 스타일 자체가 다르다. Galaxy가 비교적 전통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라면, LAFC는 창의적이고 다이내믹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국 두 팀은 같은 도시에 있어도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을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의 명문 vs. 신흥의 도전자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LA Galaxy는 명백한 MLS의 전통 명문이다. 데이빗 베컴, 도노반, 로비 킨, 즐라탄 등 슈퍼스타들이 Galaxy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으며, 2000년대 MLS 붐의 중심엔 언제나 Galaxy가 있었다. MLS Cup(리그 챔피언십) 5회 우승 기록은 현재까지 리그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LAFC는 2018년 리그 데뷔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Carlos Vela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 미디어 친화적 브랜딩,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밀착 마케팅으로 인해 젊은 팬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2022년에는 MLS Cup 우승도 차지하며 더 이상 “신생 구단”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빠르게 위상을 끌어올렸다. 한쪽은 축구의 역사와 자부심, 다른 한쪽은 현대성과 민첩한 적응력을 무기로 삼는다. 두 구단의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MLS라는 리그가 어떻게 전통과 혁신을 함께 끌고 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국판 엘 클라시코 LA 더비-'엘 트라피코'
두 팀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무대는 바로 엘 트라피코(El Tráfico)라 불리는 라이벌전이다. 이 이름은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전인 엘 클라시코(El Clásico)에 LA의 심각한 교통 체증(Traffic)을 합친 말로, 2018년 LAFC가 MLS에 합류하면서 생겨났다. 첫 맞대결부터 전설적이었다. 즐라탄이 데뷔전에서 교체 투입돼 두 골을 몰아치며 LA Galaxy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엘 트라피코는 단번에 리그 최고의 더비 매치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두 팀은 매번 불꽃 튀는 경기를 펼치며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켰고, 경기장 안팎에서의 팬심 대결 역시 치열하다. El Tráfico는 단순한 승패가 아닌, "LA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양측의 주장과 자존심이 충돌하는 상징적 경기다.
하나의 도시, 두 개의 세계
LAFC와 LA Galaxy는 같은 LA를 연고지로 하지만,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지닌 별개의 구단이다. Galaxy는 미국 축구의 탄생을 함께한 ‘정통파’, LAFC는 디지털 시대 팬들과 호흡하는 ‘혁신형’. 둘 중 어느 팀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보다는, 두 팀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쟁과 공존의 드라마야말로 MLS가 글로벌 리그로 성장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 LA에서 축구를 본다면, 당신은 단순히 경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LA를 응원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인은 손흥민의 LAFC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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